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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중국 시장에서 뒤쳐지는 이유와 대안은?

한국, 대만, 유럽,
미국세가 드센 중국시장


‘일본기업의 대중국 진출 성황’이란 말이 통용된 지 이미 오래됐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근래 중국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은 약해지고 있다. 각종 투자위험을 무릅쓰고 대담하게 중국 내수 시장을 파고들어가고 있는 한국, 대만 및 유럽,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일본 기업에게 만회의 기회가 도래할 것인가?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있을 수 없는 일본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일본의 대중 진출 전략의 방향 전환을 제언한다.

중국의 가전 할인매장을 들러본 일본인이라면 위화감을 느낄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가장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진열되어 있는 제품의 대부분은 삼성, LG 등 한국 상표이고 일본제는 중국본토산 메이커의 값싼 제품으로 뒤덮여있는 사이 사이에 간신히 보일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서 일본기업의 존재감은 의외로 낮은 실정이다.
휴대전화를 예로 들면 2003년 시점에서 간신히 베스트 10에 들어있던 ‘파나소닉’조차 2004년에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것이 확실시된다. 2010년에 약 1억 8300만대 (2003년 약 6200만대)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에서 2003년 기준 시장점유율 랭킹 1, 2, 3위는 미국 모토롤라 17.0%, 핀란드 노키아 15.0%, 한국 삼성전자 10.5% 순이다. 중국 현지의 외국기업 약 40개사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치열하게 시장 쟁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일본제는 뒤쳐져 있다. 참고로 4위 중국 버드 10.0%, 6위 한국 LG 4.6%, 9위 파나소닉 3.6%이다.

휴대전화만이 아니다. 디지털제품에서 백색가전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어 일본 전자산업이 중국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일본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또 하나의 기둥인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승용차 시장 수요 예측 결과, 오는 2008년 약 400만대, 2010년 540만대 수준으로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뛰어든 독일 폭스바겐을 미국 GM, 일본 혼다,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맹추격하는 구도 가운데 혼다 외의 일본 완성차메이커는 다소 뒤쳐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일 양국 무역규모는 최근 10년 사이에 수출입 모두 3배 이상 확대되었다. 2004년에는 중국은 홍콩을 포함하여 미일무역규모를 제치고 일본 최대의 무역상대국이 되었지만 일본기업의 대중국직접투자가 한국, 미국 대만 3국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세계 각국의 대중국투자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과 유럽, 미국이 적극 투자에 나서면서 떨어지기 시작, 2000년부터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선 실정이다. 덧붙여 일본기업의 대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대중국투자비율은 2003년도에 약 9%에 머물러 약 64%수준인 유럽 및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중국진출성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일본기업은 대중국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본기업의 대중국진출 기본 전략은 ‘수출전진기지’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기업의 대중국직접투자는 노동집약적인 조립공정에 초점을 맞춰 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추진되었다. 생산재를 일본에서 수입하여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완성품을 일본 및 북미로 수출한다는 사업모형이었다.

한편 한국, 대만, 미국, 유럽 기업은 일본의 이러한 일본의 전략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상표력의 확산을 노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뒤쳐지고 있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본격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면 연구개발, 제품기획부터 유통, 판매까지 한데 엮는 ‘가치연쇄경영(value chain management: VCM)’이 절실하다. 이에 수반되는 투자위험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중국경제의 급성장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난한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잔재라고 볼 수 있는 국유기업 및 불량채권문제, 연안내륙간 지역격차, 고정자산형성에 대한 과도한 의존, 비효율적 자원이용 등 성장제약요인을 나열한다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지적재산권 보호 등 시장의 사회간접자본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외상매출금 회수 불능 또는 불법복제상품 만연과 같은 위험도 뿌리가 깊은 실정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일본기업은 중국의 성장속도를 잘못 판단, 상기의 위험 요소를 떠앉을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적극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을 염두에 두고 투자위험을 감수한 ‘한국, 대만, 유럽, 미국’에게 주도권을 점차 내주게 되었다.

당초 일본의 우려와 달리 중국경제는 무서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까 연평균8% 정도의 고도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무난하다고 판단된다. 성장 유지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①시장경제발전의 도상에서 여전히 효율화, 부가가치확대의 여지가 많은 점
②약 1억5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농업 잉여노동력을 배경으로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력 공급이 가능한 점
③중국 국내 저축률이 높아 투자 자금의 기반이 두터운 점
④이러한 여러 우위성에 의해 세계 각국의 자금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대로 성장제약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정부는 스스로가 안고 있는 불균형을 자각하여 균형발전 및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경제산업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주요 산업별로 201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철강, 자동차의 경우는 60% 이상, 컬러TV 및 휴대전화는 40% 이상, 석유화학과 종이, 펄프도 30%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전 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세계의 경제성장을 짊어질 원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 틀림없다.

한편 일본의 인구는 2006년을 고비로 감소 추세로 돌아설 전망이고 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들어 끊임없는 생산성 개선, 생산 설비의 혁신을 전제하더라도 일본 국내시장은 기본적으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를 석권해 온 일본제조업도 조립가공산업은 ‘고품질(high-end) 분야’만을 국내에 남긴채 해외 수요를 발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즉 투자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중국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거시경제면에서도 중국 경제와의 연대는 주요한 핵심 과제로 부상된다. 미즈호 코퍼레이트 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이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에 투자, 중국시장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일본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로 높아질 것이지만 반대로 대중투자를 억제할 경우 수출과 설비투자의 둔화에 의해 1.1% 정도까지 떨어진다. 이미 중국시장 없이는 일본경제 및 산업의 미래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중국시장공략에 뒤쳐진 일본기업이 어정쩡한 대응을 해서는 세계수준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앞으로는 조립가공과정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지화의 사업모형을 살리면서 중국 내수 시장 획득을 위한 단호한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열쇠가 되는 핵심용어는 첫째 ‘상표력(brand) 전략’, 둘째 ‘시장접근의 정비’, 셋째 ‘가치연쇄경영의 현지화’이다.

‘상표력 전략’에 대해서는 일본기업이 비교우위에 서있는 고품질 제품만이 아니라 저품질 제품을 포함한 시장 전반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릴 전략이 요구된다. 채산성이 높지 않은 저품질 제품에 대한 선행투자가 통합상표의 확립과 함께 고품질 제품의 시장침투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시장에 보다 밀착된 전략으로 ‘시장접근의 정보’도 필수적이다. 유통망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현지 공급 거점의 확보와 더불어 광대한 시장에 대응하는 국지시장(area market)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연구개발, 제품기획부터 유통, 판매까지 한데 엮는 ‘가치연쇄경영의 현지화’를 놓칠 수 없다.

한편, 일본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중국기업화’에 대한 실천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다만 일본기업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를 위한 현지기업과의 협력관계 및 전략적 기술이전 등의 포석을 깔지 않으면 안되고 시장변화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현지 인력에 대한 ‘권한위양’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중국 시장 생존전략은 일본만이 아니라 다양한 불균형을 내포한 채 급성장하고 중국에게도 ‘선순환’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일본의 기술, 노하우 이전이 중국경제, 산업기반의 고도화에 기여할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ㅇ 자료원 : 주간경제지 다이아몬드 200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