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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은 '日流' 붐

한국에 대한 시사점 많아..

현재 미국이 일본 열기로 뜨겁다. 일본에서 건너 온 2명의 소녀 록커를 캐릭터로 한 애니메이션 'Hi Hi Puffy AmiYumi'가 미국의 카툰네트워크에서 작년 11월부터 방영 개시돼 이 채널 개국 이래 최고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카툰 네트워크는 전미 인구의 대부분인 9000만세대를 커버하고 있는 만화 전문 채널이다. 이 채널에서는 이제까지도 '포켓몬스터', '유희왕', '드래곤볼' 등의 일본 만화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으나 Puffy 주연의 프로는 이를 모두 압도할 추세다. 이에 따라 미국의 뉴욕타임즈나 LA타임즈와 같은 유력지에서도 앞 다투어 이를 취재하는 등 Puffy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한 미메이저출판사는 이 프로를 만화책으로 발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만화의 내용은 일본인 소녀 록스터 Ami와 Yumi가 투어버스로 세계를 순회한다는 단순한 설정이다. 재미있는 점은 Puffy 실제 인물이 군데 군데 등장해 일본인이라는 점이 드러나도록 되어 있으며 종종 일본어 대사도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프로 도중 흘려보내는 곡 중에는 일본어 그대로인 채로 자막이 없는 곡도 많다. 이러한 연출은 의도적인 것이다. 일본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일본은 '쿨'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실은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에도 서구사회에 이미 한 차례 일본 붐이 일었다. 당시의 일본 붐은 거품 경제의 거품이 터지기 이전의 기세 좋던 일본의 경제를 배경으로 해 ‘TOYOTA’나 ‘SONY’와 같은 일본 기업의 서구 진출에 대해 한 편으로는 선망의, 한 편으로는 두려움의 시각을 갖고 있던 서구의 입장을 대변한다.

일본에 대한 선망의 눈초리는 서양에서 ‘ZEN’으로 통하는 ‘禪문화’로 대표되는 동양의 靜的 정신문화에 대한 신비주의, 맹목적 추종으로 발전했고 ‘사무라이’의 ‘무사도’나 ‘닌자’ 등 서양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향수를 자아냈다. 이러한 향수는 1980년대 중반에 시작돼 일련의 일본 관련 영화 붐으로 이어졌다. 1984년 나온 일본의 무술 중 하나인 Karate를 수련하는 소년의 성장을 그린 ‘The Karate Kid’나 80년대의 일련의 ‘Ninja’ 물 등이 그러하다. 특히 만화 ‘Teenage Mutant Ninja Turtle’은 이러한 시류를 반영해 당시의 어린아이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반대로 두려움의 눈초리는 일본은 서구인의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당시의 활기찬 일본 경제에 대해 경계심을 자아냈다. 숀코네리 주연의 영화 ‘Rising Sun'(1993)에서 보듯이 일본은 서양과 자뭇 다른 특이한 세계로, 미국에 진출한 기업 조차에서도 그러한 독특한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 리들리 스콧 감독의 ‘Black Rain'(1989)에서 보여지는 ‘야쿠자’ 세계 묘사 등에서도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일본 붐을 통해 ZEN이나 SUSHI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문화는 미국 상류층 문화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았으며 젓가락 사용능력이 고상함을 의미하게 되는 등 그 뒤로도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Puffy 애니메이션의 히트가 상징하는 바는 일본과 일본인이, 그 이전의 일본 붐에서와는 달리 미국인 입장에서 해석돼 그 들의 손에 의해 새로운 상품으로 창조됐다는 최근의 트렌드이다. 실은 Puffy 애니메이션의 히트는 최근 일류 붐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본 자체나 일본의 영화, 소설을 다룬 헐리우드 작품은 최근 3년간 급격히 늘었다. 예를 들면 작년 공개된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사무라이'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일본의 무사도에 대한 존경이 배어 있다. 재작년 공개돼 히트한 'Lost in Translation'(한국개봉명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일본에 체재하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 본 희화된 일본을 빼어난 솜씨로 그려냈다.

호러를 중심으로 한 일본 작품의 리메이크판이 급중하고 있는 점도 놓칠 수 없다. 일본 영화 '링'을 리메이크한 호러 영화 'The Ring'은 2002년 미국에서 대히트하였으며 금년 3월에는 속편도 공개될 예정이다. 금년 미국에서 공개 예정인 호러 영화 'Dark Water'는 일본 영화 '검은 물 밑에서', 'The Grudge'는 '呪怨'의 리메이크이다.

장난감 시장에서도 일본 붐에 편승해 미국회사가 독자 개발한 상품이 눈에 띈다. 미장난감판매 메이저사인 토이자러스의 점두에는 미MGA엔터테인먼트사가 제조한 'Tokyo A Go Go'라는 브랜드의 다양한 일본인 모습의 여자 인형이 늘어서 있다. 도쿄, 시부야 거리에 있을 법한 미니스커트의 여자가 모델로 되어 있다.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Yumi Japanese Speaking Doll'이라는 인형도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 퍼지고 있는 일본 붐이지만 이를 일본 기업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헐리우드가 일본으로 부터 영화 원작을 사들여도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회사가 얻는 수입은 미미하다. 예를 들어 'The Ring'의 경우 일본 회사가 얻은 수익은 100만달러(약 1억엔, 한화로는 약10억원 상당)에 불과하다. 반면 헐리우드는 리메이크한 영화를 일본에 역수입하여 극장공개 및 DVD 소프트 판매 등을 통해 수십억엔(수천만불, 한화로는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많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 음식이 된 스시도 미국에서는 스시가 아닌 독특한 'SUSHI'가 되었다. 미국의 스시는 초밥 주위에 김을 두른 롤 형태가 중심으로 주재료도 아보가도, 새우튀김, 스노크랩 등 사시미 이외인 경우가 많다. 미국은 단순 수입 음식이 아닌 자기류의 새로운 'SUSHI'를 만들어 낸 것이다. SUSHI 마켓이 성장함에 따라 간장, 김, 와사비 등 일본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여지는 확대되나 성공 여부는 일본 기업의 시장 개척 노력 및 역량에 달려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다. 마찬가지 사항이 우리나라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공전의 '한류' 붐을 거쳤으나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관련 상품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욘사마의 경제적 효과는 한국내 1조원, 일본 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부분이 방송 판권, 광고, 관광 수입 등으로, 폭넓은 경제 파급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한국 기업에 의한 ‘한류 러시’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2004년 일본의 히트상품이나 히트어 순위를 보면 대부분 ‘겨울연가’, ‘욘사마’등 한류 관련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이 전부다. 니케이BP컨설팅이 발표한 2004년 히트 상품 랭크 30위 까지를 살펴 보아도 한류 관련 상품은 1위를 차지한 겨울 연가 외에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욘사마’는 일본 시장에서 고립무원의 형세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영화, 드라마 등의 판권 가격은 폭등했으나 한류 열풍 기간에도 문화 상품을 제외한 대일 소비재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류가 단순한 일시적 사회 현상으로 그치고 말지, 새로운 노다지가 될 지는 한국 기업의 역량에 달려 있다. 조금씩 신통력을 잃어 가고 있는 '욘사마‘(배용준의 일본식 애칭)와 '지우히메'(최지우의 일본식 애칭)의 응원군단이 이제 슬슬 일본 열도에 상륙할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정보원 : 니케이비즈니스 2월 28일호 및 관련정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