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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손 전지사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며칠 전 15년 동안 몸 담았던 당을 호되게 비난하면서 탈당을 결행했다. 새로운 중도 화합 정치의 문을 열기 위해 차디찬 시베리아 벌판으로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자기 몸을 내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탈당이라는 중대 결심을 하는 최후 순간까지 무척 괴로워한 것 같다. 오지의 사찰로 잠행하고 고뇌에 찬 모습으로 사찰 주변을 거니는가 하면 불전에서 이마를 마루에 대고 진지하고 경건하게 절하는 모습이 TV에 비춰졌다.

손 전지사는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새 정치 선언을 한 후 방문한 그의 부모님 산소 묘비에 십자가가 새겨진 것을 보면 그의 부모님도 역시 기독교 신자였던 것 같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십계명을 생명처럼 지키고 있다.
두번째 계명: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 절하지 말라.”

손 전지사가 산 속 법당에서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본 한국 기독교 신자들은 놀람과 실망을 넘어 크게 분노했을 것이다. 많은 신자들이 이스라엘 혼란기에 기름 부음을 받고 초대왕이 된 사울이 처음에는 존경과 사랑을 받았으나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자 야훼의 명령을 어김으로 그 결과 적전에서 부상하고 자결하는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되는 장면을 떠올렸을는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외국 자본 유치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투자 유치 국제 행사에서 그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한국 속담에 낮 술에 취하면 부모도 몰라 본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귀빈께서 권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다.”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에 서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리자 이 당을 뛰쳐나와 새로 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로 출마 하겠다는 뜻이 손 전지사의 가슴속에 있는 야망이라면 그는 대통령이라는 독한 권력의 낮 술에 취해 심지어 신자로서 지켜야 할 계명도 배반해 버린 사람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지금 우리 한국에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의 독한 낮 술에 취해 부모도 몰라보고 신앙도 져 버린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